2018 exhibition, Pale Blue Dot 2018palebluedot | Page 66

park a hyun 박아현 [email protected] 010 5756 6755 instagram : @strikeachord 옥란(玉蘭) 단편영상 <옥란>은 주인공의 젊은 날의 몽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상에 등장하는 ‘남자’는 미스터리한 어떤 이유로 괴로워하고 있는 젊은이이다. 그의 괴로움은, 대게 현실에서 해소되지 않는 갈증, 꿈, 가치 등과 얽혀있다. 남자는 나름대로 현실을 부딪치며 살아가려하지만 그의 갈망은 쉽게 해소되지 못한 채 줄곧 방황만 할 뿐이다. 그런 날이 지속될수록 그는 점차 마음의 문을 닫고, 무의식중의 가상인물 ‘옥란’을 만들어내어 자신의 내면세계(허상)에 기대게 된다. 꿈속에서 등장하는 옥란은 남자가 만들어낸 또 다른 자기 자신이다. 동일한 인물이지만 전혀 새로운 모습을 하고 있는 옥란은 그가 갈망해왔던 이상과 닿아있는 듯하다. 시간이 흘러 남자는 점차 옥란을 자신의 주체로 삼게 된다. 옥란의 말을 따르고, 옥란의 방식대로 행동한다. 결국 몽상 속을 헤매는 처지에 놓이고 만 남자는, 의식과 무의식의 혼동 속에서 현실의 본인이 무너져 내려감을 느끼고, 무언가 잘못 되었음을 인식한다. 우리가 벗어날 수 없는 커다란 세상이 존재하고, 젊은 몽상가는 갈망한다. 허공을 헤매는 소년. 미성숙하고 나약한 젊은이의 꿈과 이념. 그의 방황이 만들어낸 가상의 자신, ‘옥란’이라는 관념체계는 언젠간 무너져버릴 이야기처럼 위태롭고 아슬아슬하다. 젊은 날의 방황, 그리고 자신이 추구하는 의미마저 실체가 흔들리는 의심과 역린. 이러한 젊은 날의 몽상은, 백목련을 의미하는 ‘옥란(玉蘭)’처럼 고아한 형상의 시절이자, 그 향기처럼 이내 흩어져버질 것만 같은 아련하고 유약한 신념을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