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exhibition, Pale Blue Dot 2018palebluedot | Page 266

hong hee su 홍희수 [email protected] 숲, 존재 우리는 모두 유년기의 안정된 보금자리에서 낯선 바깥을 향해 나와야 한다. 이 강제성은 결국 우리를 어느 한곳이 아닌 그 사이 경계의 어느 지점에 위치시키는데, 바로 그곳에 ‘숲’이 있다. 우리가 어린 시절 읽던 동화 속에서 숲은, 아이가 안정된 보금자리로부터 버림받음의 경험을 하게 되는 장소로 사용되기도 하면서 동시에 최초의 상실을 통한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공간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숲속에 있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고민, 또 ‘현실 속 나’와의 괴리감과 유년기를 향한 그리움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작업은 이루어진다. 나는 그 안에서 어린 시절을 공유하는 쌍생아적 존재를 마주하게 되고, 그를 보며 순수할 것이라 믿었던 ‘나’에게도 역시 무수히 많은 변화와 파괴적 행위들이 은밀히 가해졌음을 인식하게 된다. 숲에서 마주한 자화상을 통해 나는 내가 잃어버린 유아적 순수성을 갈망하면서도 경계 밖으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을 동시에 품는,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고 경계의 주변부만을 빙빙 돌 수밖에 없는 ‘불수의(不隨意)적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불수의(不隨意): [명사] 자기의 마음대로 되지 아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