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exhibition, Pale Blue Dot 2018palebluedot | Page 182

im sae kyul 임새결 [email protected] instagram : @im_saekyul 경계(境界, boundary), 여정(旅程, journey) 삶과 죽음의 경계에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던 경험이 몇 번 있었다. 군대에서 경험한 친한 친구의 죽음, 직접 겪었던 사고들, 그리고 가족의 부재를 느끼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한 인식은 더욱 강렬해졌다. 그 때마다 단순히 바뀐 현실에 하루 빨리 적응해야만 했고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었다. 나에게 그들의 부재는 인정하기 싫은 현실이었기에 이것은 곧 부정의 단계를 거쳐 그들이 ‘언젠가 다시 돌아올 긴 여행’을 떠난 것 같다는 자기합리화의 단계까지 오게 되었다. 이 경험은 작업을 다른 방향으로의 전환을 가능케 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 경계(境界)와 여정(旅程) 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작업으로 풀어보려고 한다. 나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긴 여행을 떠난 그들을 “경계-여행자”라고 지칭하고, 그들이 떠난 여정을 “경계 여행”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자 한다. 중첩된 장소, 서로 양립 불가능한 장소와 풍경을 한 장소에 겹쳐 놓았다는 개념은 미셀 푸코의 ‘헤테로토피아’ 개념과는 비슷하지만, 현실과 죽음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고 그 사이를 표류하는 그들의 경계 여행과는 다른 성격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