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exhibition, Pale Blue Dot 2018palebluedot | Page 14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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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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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어짐
나는 타종 소리가 울리는 방에서 산다.
내 삶의 일부가 떼어져 만들어진 이 방에
불퉁한 벽 안으로 벽지와 잇새 사이의 들뜬 한기 속으로
이따금 무언가가 나의 삶을 고대하는 듯한 시선을 던지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나에게 주어진 이 공간은 텅 비어있으며
내게는 이 시간을 맞추어 어떤 풍경을 만들 욕구도
충동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여기 놓여있기에 부딪혀야 할 감각들이 있고
그저 여기 있기에 거쳐가야 할 감정들이 있을 뿐이다.
방의 벽과 이로 인한 소음과 그가 내뿜는 열기에
나는 살아있음을 느끼며
매순간 죽고싶음을 기억한다.
다만 내가 여기 있기에 어쩔 수 없이 그 존재를 멈출 수 없는 이 방에는
당혹스러운 발걸음을 감추지 못한 방황만이 그 냄새를 살풋 내려앉힌다.
안정되지 않을 불안과 두려움이 나의 이야기이고
내가 무언가를 내보여야 할 상황에 위치하게 된다면
나의 이야기에는 두려움과 불안만이 있을 것이다.
하나의 강렬한 충동으로 살아온 인간에게 그 충동 이외에 할 수 있는 말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