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exhibition, Pale Blue Dot 2018palebluedot | Page 126

yun ka ram 윤가람 [email protected] instagram : @ramram_ing 세상에는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일들이 있다. 그날도 그랬다. 서점 화장실이었는데, 무언가 눈에 띄었다. 나사 머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 누군가가 실리콘을 덕지덕지 발랐고, 다른 누군가가 그것을 뜯어 그곳에 있던 내용물을 빼 간 듯한 흔적이었다. 구멍은 비어있었다. 손이 떨리고 식은땀이 흘렀다. 나는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로 서점을 나왔다. 건물을 빠져나오자 한 할아버지가 <불신지옥> 플래카드를 들고 찬송가를 부르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아. 저 사람에게는 여기가 지옥이 아니구나. 나는 도대체 무엇을 믿지 않아서 이런 지옥에 사나. 지독하게 부러웠다. <불신지옥> 연작은 그런 것들에 대한 일종의 지옥도다. 지옥을 묘사하는 것에 빠지지 않고 그 지옥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로 끌어가고자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