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Circle Between The Lines March, 2014 | Page 76

세상에 대하여 전 주영 | 비문학 세상은 알지 못하는 것이 있다. 그러니까, 나 말고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것이 있다. 매번 똑같은 길을 걸어가고, 심드렁한 일상에 지쳐감에도 불구, 나는 매일 새로운 것 을 느껴버리는데 그것을 세상은 알 리가 없다. 그러니까, ‘하늘이 알고 세상이 안다’ 라는 말은 정확히 틀린 말인 것이다. 나는 사색을 좋아한다. 동적인 세상 안에서 느껴지는 정지는 세련되었다. 초록 불이 깜빡여도 절대 뛰지 않는다. 바삐 걷는 사람들 속에 한 발짝, 심사숙고하여 내딛는 발걸음이 더욱 의미 있다 생각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3분 느린 시계처럼 느린 시간에 적응했고 이게 익숙하다. 둔하다며 놀림 받는 것 또한 별로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기계처럼 바쁘게 움직이는 당신들 속에 나는 완 전하게 인간인 채로 산책하는 인생을 꾸미는 것이니까. 그렇게 꾸며진 내 인생의 방은 이 곳 저 곳 흘러내린 느린 시계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허나 그것 또한 창피한 일이 아님은 당연하다.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 무슨 일을 시키면 빠릿빠릿하게는 못 하지만, 무게 있게 끝 내기는 한다고. 어른들은 주로 그들이 맡긴 일을 내가 잘 해낼 경우 내게 이런 말을 하곤 했다. 나는 이해되지 않았다. 느린 게 훨씬 내 마음에 들었다. 그것이 ‘못 한다’ 같은 범위 따위에 포함될 수 있는 것인지조차 이해되지 않았다. 조금 느린 게 어때서?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그 느긋함은 날 속상하게 만들었다. 나는 빨리 걸어야 하는 시대에 태어났고, 유유히 거닐다가는 도태되는 시대에 버려졌다. 그게 유일한 이유였 다. 그러면 나는 이 곳에 끌려가야 하는가? 두 배로 빨리 돌아가는 이 곳에서, 이미 고장 난 내 안의 시계는 무리한 세상 안에서 삐걱거리다 멈춰버릴 것이다. 아무도 모 르는 사이에 찌그러져 창고에 처박힐 수도 있고, 분리수거 당해 세상이 원하는, 허나 내가 원치 않는 기계로 개조될 수도 있다. 그런 상상을 할 때면, 시계 바늘의 시침이 내 심장 한 가운데를 꾹, 하고 누르는 느낌이었다. 결국 그리하여, 수 년 동안 고민 한 결과가 몇 일 전 도출됨에 이 글을 쓴다. 내가 원하는 일을 나 혼자 할 수 있을 때까지로 한정하여 나는 나를 개조하는 쪽으로 내 자신과 합의를 본 것이다. 74 이 간단한 내면들 간의 조약에 있어 짧지 않은 시간을 고민해온 내게 나는 경의를 표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내가 반겨주곤 했던, 이따금씩 밀려오는 상념이라는 존재는 내게 크나큰 유혹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어서 그 아이를 품에 안고, 보고 싶었다고 울며 무너지고 싶지만 손을 잡아오는 그 따스함을 뿌리쳐야만 했다. 그 때마다 나는 어서 떠올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