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Circle Between The Lines March, 2014 | Page 38

네모, 원을 꿈꾸다 _ 김 예지 / 단편소설 나는 내 앞에 앉은 저 이의 입술을 주욱 찢어버릴까 생각했다. 아니, 생각만이 아니라 할 수만 있다면 꼭 그러고 싶었다. 어디, 네 그 곱다란 얼굴이 여기저기 보기 싫게 각진 것으로 바뀌어 봐야 그 듣기 싫은 뇌까림을 그칠테냐. 그래, 나는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친구들과 사진을 찍으면 희한하게 내 얼굴이 삐뚤어져 보였다. 원체 사진 찍는 것을 즐기는 성격도 아니었거니와 거울을 볼 시간에 나 의 사랑 P군 얼굴을 한 번 더 들여다보는 것을 삶의 신조로 삼아왔던 나였다. 때문에 그러한 발견은 이미 내 턱뼈가 완전히 자라 비대칭의 형태가 굳어져버 린 지금에서야 이루어졌던 것이다. 내가 내 얼굴의 치명적인 문제점을 완전히 시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여 권 사진을 찍고 왔던 날의 일이었다. 신의 손놀림으로 돌아간 입마저도 고운 입 술로 만들어준다는 사진사 표 ‘포토샵’이 범하지 못하는 바로 그 영역, 여권 사진. 부드럽게 굴러가는 목소리가 듣기 좋던 젊은 남자 사진사에게서 흰 종이 봉투를 건네받았지만, 차마 그 자리에선 사진을 확인하지 못했다. 아니, 꺼내보 지 않았다. 내가 곧 받게 될 충격을 미약하게나마 감지하고 있었던 까닭이었다. 그래도 나는 사람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걸음걸음마다 나는 실낱같은 희망을 헤아렸다. 어쩌면 생각보다 잘 나왔을지 몰라. 그간 사진들이 잘못 나왔던 걸지 도 몰라. 그래, 잘 알고 보면 내 얼굴도 둥근 계란형일지 몰라. 종내 ‘일지 몰 라’가 ‘이다’로 변모하기까지 했다. 36 내가 그렇게나 굉장한 패닉의 도가니에 빠졌던 건 바로 이 쓸데없이 허망 한 기대들 때문이었다. 나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작은 봉투를 열었고, 엄지 손가락 첫 마디만 한 내 얼굴을 꺼내보았다. 아,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 라는 처자는 그래, 얼굴형부터가 그른 처자였던 것이다. 빼도 박도 못할 수준으 로 내 턱은 사각이었고, 심지어 눈마저 짝짝이였다. 오른쪽 턱보다는 좀 덜 각 진 그나마 나은 왼쪽 턱에 걸맞게, 왼쪽 눈이 더 컸다. 내 방 벽에 붙어 있던 P 군의 얼굴이 보였다. 아! 둥글다. 남정네의 얼굴이 저리도 둥그스름해도 되는 것인가. 나는 P군의 팬질 경력 4년차 만에 처음으로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어졌다. 그 날 이후로 나는 사각턱-특히 비대칭이기까지 한-을 고칠 수 있다는 온 갖 민간요법은 모두 섭렵했다. 한쪽으로만 음식을 씹어서는 안 된다기에 왼쪽 으로만 음식을 씹었다. 오른쪽은 양치조차 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그러나 그 방법은 왼쪽 어금니의 치통이 도지면서 그만두게 되었다. 여배우 H가 들고 다 닌다고 해서 한창 인기몰이를 했던 ‘페이스롤러’도 사다가 자나 깨나 그것만 손에 쥐고 턱에 문대보았지만 역시 중도에 관두었다. 승희가 ‘그걸 많이 하면 볼 살이 처진다’라는 정보를 주지 않았더라면 내 얼굴은 각이 지다 못해 살까 지 축 늘어진 해괴한 것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다못해 나는 내 턱을 위해 사 랑하는 P군 생각을 줄이기까지 했다. 어느 날 문득, 내가 P군의 그 잘생긴 마스 크와 탄탄한 어깨근육을 떠올릴 때마다 턱을 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 다. 그렇게 각진 턱에 매달려 턱순이로 살아가길 일 년. 나는 P군의 포스터보다 거울을 보는 데 더 열중하기 시작했으나,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런 내 앞에서 감히,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에 알맞게 동그란 턱선, 거기다 완벽히 좌우 대칭적인 안면을 가진 저 여인네가 감히, 무어라 지껄였는지 아는 가? 사각 턱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사각 턱이 되는 게 일생일대의 꿈이라 고 했다! 죽일 년! 신이 있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나나 저 여자 둘 중 하나는 죽 이고자 함이 분명했다. 그러니까, 내가 복장 터져 죽거나, 저 여자 머리끄덩이 를 잡고 늘어져 죽이거나. 그러나 어느 방면으로나, 살인은 사각턱의 몫이었다. 승희는 살살 내 눈치를 봤다. 근 일 년간 진척 없던 내 ‘수술 없이 턱 깎 기’ 프로젝트를 옆에서 지켜본 그녀는 저 여자의 망발에 누구보다 먼저 나를 떠올렸으리라. 나는 참았다. 참아야만 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내게 남은 길은 살인뿐이었다. 그녀는-그 년은, 이라 칭하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정말 예뻤 다. 아롱다롱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 붙일 일 없이, 과장을 살짝 보태 말하자면 P군 옆에서도 죽지 않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