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Circle Between The Lines March, 2014 | Page 22

Absence of Eternity 정 경은 / Photography 밖의 사람들 윤 상호 | 시 아르키메데스는 마지막 순간 우리를 그렸다. 그녀가 그었던 빗금이 생각났다. 손목에서 욕조를 타고 흐르는 피가 세상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작은 나뭇가지로 간신히 서 있을 원을 그렸다. 치고 받는 언어들에 그 넓이는 계속 작아져만 가고 한 발짝 뗄 수 있을까? 어느새 작은 징검돌에 갇힌 여인 손에 쥔 나뭇가지에 날이 선다. 단어 하나가 피가 되었고 말 한마디가 살이 되었다. 목소리를 잃어 거품이 돼 사라지는 인어공주를 보며 당신들은 웃는다. 손목에 새겨진 흉터는 지워지지 않고 곧게 뻗어 있다. 당신들은 직선의 방식대로 배척해나갔고 아름다운 곡선의 자태는 빛을 잃었다. 안에서부터 굳게 잠긴 그녀를 기다린다. 원 옆에 원을 그어 기다린다. 아르키메데스가 바닥에 원을 그리며 연구하고 있을 때 한 병사가 그의 원을 밟 자 “내 원을 밟지 마시오!” 라고 소리쳤고 그 말을 듣고 격분한 병사가 그를 죽였다고 전해진다. 2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