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ence of Eternity
정 경은 / Photography
밖의 사람들
윤 상호 | 시
아르키메데스는 마지막 순간 우리를 그렸다.
그녀가 그었던 빗금이 생각났다.
손목에서 욕조를 타고 흐르는
피가 세상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작은 나뭇가지로
간신히 서 있을 원을 그렸다.
치고 받는 언어들에
그 넓이는 계속 작아져만 가고
한 발짝 뗄 수 있을까?
어느새 작은 징검돌에 갇힌 여인
손에 쥔 나뭇가지에 날이 선다.
단어 하나가 피가 되었고
말 한마디가 살이 되었다.
목소리를 잃어 거품이 돼 사라지는
인어공주를 보며 당신들은 웃는다.
손목에 새겨진 흉터는
지워지지 않고 곧게 뻗어 있다.
당신들은 직선의 방식대로 배척해나갔고
아름다운 곡선의 자태는 빛을 잃었다.
안에서부터 굳게 잠긴 그녀를 기다린다.
원 옆에 원을 그어 기다린다.
아르키메데스가 바닥에 원을 그리며 연구하고 있을 때 한 병사가 그의 원을 밟
자 “내 원을 밟지 마시오!” 라고 소리쳤고 그 말을 듣고 격분한 병사가 그를
죽였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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